[진작 할 걸 그랬어] 진작 읽을 걸 그랬나 봐
이십 대 초반을 지나던 시기이던가.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전의 난 참 많은 에세이를 읽었다.(어쩌면 ‘읽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고등학생 시절에는 학교를 마치면 강서구에 있는 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광화문의 대형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눈으로 만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경제적 활동을 하다 보니 바빠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내 삶의 이야기가 생동감이 넘치다 못해 피부 깊숙하게 스며들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집어 들고 숨 쉴 여유가 없어서 그랬던 걸까.
그래도 다행인 건 손에서 "책"은 놓지 않았다.
비록, 그 종류가 기술서나 전문 서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아주 오랜만에 접한 이 에세이는 마치 기행문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일본의 다양한 책방 주소가 기록되어 있는 보고서를 보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물론 에세이가 그런 거지만 말이다.
TV로 접한 공중파 아나운서의 퇴사 소식과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접한 책방 사업 소식.
단순히 이 두 개의 뉴스로만 접했을 땐 솔직히 ‘그런가 보다’ 했다.
내가 그토록 앉고 싶어 했던 자리에 있던 사람인데,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책방을 차린다고 했을 땐 참 별생각이 다 들었다.
물론 그 방송사와 직원들 사이에 얽힌 사정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당사자가 아니다 보니 가슴이 아닌 머리로만 딱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땐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펼쳐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왜일까.
1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의 제목이 불현듯 생각나 바로 집어 들었다.
에세이의 특징이 그렇듯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었고,
마치 브이로그를 보듯 책 속의 장면들을 머릿속에서 그려볼 수 있었다.
앉은자리에서 한참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 대단하다.’
나름 책을 좋아한다는 나였지만, 이렇게 책방 여행을 해볼 생각은 미처 안 해봤는데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를 주제로 여행을 떠난 것이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네 삶이 그렇듯 때론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얻기도 했다.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이 글귀에 나를 대입시켜 보자면 ‘난 왜 마이크를 잡고 싶었던 걸까?’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여러 가지 중 한 가지는 한 아나운서의 퇴사와 사업 사이에 있었던
고민과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이의 시간을 엿보면서 나도 모르게 갖고 있던 질투 어린 마음이 해소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래서 사람 일은 직접 들어봐야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책을 덮는 이 시점, 비록 저자는 나를 모르지만 난 저자의 책방 사업을 조용히 응원해보련다.
그리고 언젠가 책방도 구경 가봐야지.